로시츠키가 은퇴한다는 소식과 며칠 전 아스날에서 온 편지를 보고 예전부터 남기려고 했던 후기를 이제서야 작성하게 되었다. 티에리 앙리, 베르캄프, 융베리, 피레스, 파브레가스 등 매력적인 선수도 많았지만 요즘엔 과거에 비하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런던에 가게 되는 스케쥴을 보다보니 마침 아스날 홈 경기가 있어서 직관을 가게 되었다.
이게 며칠 전 아스날에서 온 편지. 특별한 내용은 없고 Season's greetings라고 해서 새해 인사 겸 보낸 듯 하다. 사실 별거 아닌 마케팅일 수도 있는데 이런 거 하나하나 신경써주는게 팬으로서는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다른 팀의 경우, 이제 멤버십 끝났으니 빨리 갱신하라는 메일이 왔는데 이거보다는 훨씬 낫다.
직관한 스타디움 중에 가는데 제일 편했던 곳 중 하나다. 거의 도시 한복판에 있고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가는데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주변에 있는 펍에도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
자세히보면 경기장 1층은 티켓 판매소와 스토어가 있고 오른쪽 계단을 통해 경기장으로 갈 수 있다. 경기를 보러 가기 전에 먼저 스토어를 들렸다.
스토어에서도 소지품 검사를 하니 직관을 갈 예정이라면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스토어 앞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었다. 별거 아닌데도 팬을 관리하는 면에서 긴 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한 번에 풀어 주었다.
보통 아시아 사람이면 중국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지인이 하는 한국 인사는 기분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스토어 안에는 역시나 북적거린다. 현지 기념품으로 유니폼을 사는 경우가 많겠지만 브랜드도 바뀌었고 네임셋 문제로 사는 경우가 아닌 이상
한국하고 가격이 별 차이가 없어서 메리트는 없다. 어차피 멤버십 가입하면서 카드와 기념품을 받아서 따로 구매안하고 구경만 했다.
등번호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아스날 유니폼.
오히려 구매하면 덕후인증이 될듯한 캐쥬얼 의류도 판매하고 있었고 한 쪽에서는 아스날 레트로 셔츠도 판매하고 있었다. 복고스러운 느낌이 나쁘지많은 않았다.
개인적으로 유니폼은 성적에 따라 예쁘고 안예쁘고가 영향을 주는 느낌이다.
두 가지 컬러의 아스날 머플러. 팬이라면 구매1순위는 역시 유니폼이겠지만 이런 머플러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국내에서도 안파는 경우도 많고
아무래도 유니폼보다는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 쪽에서는 스타디움 투어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기계도 있는데 스타디움 투어를 안하니 이건 패스.
본격 아스날 유스 덕후 만들기(...) 이건 어떤 팀을 가던지 유아용품은 꼭 있었다. 아스날은 특이하게 마스코트 인형까지 있었다.
스토어에서 나오고 2층으로 갔더니 바로 베르캄프 조각상이 있었다. 다들 여기서 기념사진을 많이 찍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위엄. 선수들의 그림이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경기장 한바퀴를 돌아보면 다른 선수가 그려져 있다.
이렇게 다른 곳에 앙리가 있다. 베르캄프하고 같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날 티켓을 구매할 때도 멤버십을 가입해서 티켓이 따로 필요없고 멤버십 카드로만 티켓팅을 하고 들어갔다.
문제는 티켓에 따라 들어가는 입장 게이트가 다른데 몰라서 헤맸는데 진행요원의 도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기장은 도심한복판이라 그러지 주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가 있었다. 아스날 뿐만 아니라 맨유, 맨시티, 리버풀, 에버튼 등등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유벤투스 스타디움을 접근자체가 불가(...)
아까 말한대로 진행요원의 도움으로 티켓팅을 마치고 입성. 외부와 다르게 또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주변에 마땅히 먹을 만한게 없어서 경기장 내부에 있는 매점에 갔다. 비싸다.
개인적으로 스타디움 안이나 근처 매점은 비싸니까 특별한 메뉴를 먹는게 아닌 이상 먹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직관한 경기는 FA컵 아스날 VS 번리. 전에 비하면 많이 약해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아스날 홈경기니까 이겨줬으면 했는데 다행히 이겼다.
결과는 2:1
TV로 보는 것과 직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TV로 보는 경우는 카메라로 더 자세히 보여주기도 하고 한국어로 해설을 해주니까 보기 편한데 직관은 온전히 보고 느끼는 거니 TV와 다르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위치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아스날의 팬들은 그렇게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편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다른 팀보다' 경기 전에 입장 후 좌석에 앉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인 40분쯤부터 매점이나 화장실을 가는 등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응원소리나 분위기가 작고 조용한 느낌? 경기가 프리미어 리그였다던가 더비전이나 중요한 경기였다면 다를 수 있겠지만 FA컵이라 그런가 진짜 무난한 느낌?
신식 구장답게 의자가 단순히 플라스틱이 아니라 가죽 의자(?)로 되어 있다. 역시 티켓값이 제일 비싼 팀의 구장답다.
이미 여러 곳 직관을 가기도 했고 진성팬도 아니기 때문에 직관한 것 자체에 의의를 두자고 했었다. 그런데 저렴한 곳으로 예약을 했는데 이정도...
거기다가 이 날 경기에는 로시츠키가 오랜 부상 끝에 복귀하는 경기로 정말 오랜만에 보기 때문에 반가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로시츠키를 직관으로 본 것 만으로도 뜻깊은 경기였다. 네드베드를 응원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체코 선수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라운드의 모짜르트라는 별명에 맞게 멀리서 봐도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경기 후에 또 부상당했다.(...)
이 날 관중수가 59,932명이라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빈자리가 많다. 총 좌석수가 59,867명이라는데 보다시피 빈자리가 많다? 아마 시즌권을 구매하고 안온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티켓을 구매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자세한 것은 아스날 티켓 구매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 가끔 매진이라고 해도 경기 전날까지 계속 보다보면 취소표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티켓 예매할 때는 전부 판매완료라서 구매하기 힘들었는데 막상 오면 빈자리가 많아서 조금은 허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스날 멤버십 카드. 이걸로 티켓팅을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보다는 실물 종이 티켓이 더 마음에 든다.
티켓은 이런식으로 생겼다. 좌석 위치, 멤버십 번호, 통로 등이 적혀 있다.
경기 끝나고 출입계단으로 내려가다가 한 컷. 눈에 보이는 부분 외에는 뭔가 투박한 느낌이 많이 든다.
내려가다가 또 한 번 한 컷.
아스날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들을 이렇게 벽에 장식하고 있다. 반복되는 이름이 많은 거 보니까 경기일 별로 해트트릭이 나오면 기록을 남기나보다.
어느새 어두워졌다. 밤경기가 뭔가 더 재밌는 느낌이지만 집에 가는 길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집이 가깝다면 모를까 낮경기가 나은 거 같다. 한국에서 경기보기도 더 편하고.
거기다가 나처럼 경기장에 남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앙리 조각상이라는 데 음...
뒤에서 다시 한 컷. 아스날하면 앙리가 제일 먼저 생각나고 좋은 선수였다. 플레이스타일도 좋고 EPL킹이었고 무한도전에도 출연했고(?)
앙리가 있었을 때 왔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아쉽다.
베르캄프도 한 번 더. 사실 둘 다 조각상이 별로 포스가 안느껴지기도 했고 안닮은듯 하다(...)
마지막 집에 가기 전에 한 컷. EPL강호 중 한 팀이지만 항상 4위나 챔스 16강이라는 오명을 가진 가운데 이제는 이마저도 깨져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아마 아르센 벵거가 남느냐 떠나느냐가 변화의 제일 큰 시작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멤버십 기념으로 받은 기념품들을 리뷰를 해볼까 한다.